서양 미술 특강~~~~~~~~~~~~~~~~~~~~~~~~~~~~~~~이주헌
동양의 미학은 링컨의 표현을 빌자면
"관계의 관계에 의한 관계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동양인들에게 인간은 다른 인간으로 부터 분리되어서는
-그렇게 순수한 개체로 환원되어서는-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존재 이유도
가질 수 없고, 심지어 개념조차 정의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인드라망과 같은 관념, 윤회와 같은 관념이 이런 생각으로 부터 나옵니다.
동양인의 행복에 대한 관념이 '화목한 인간 관계를 맺고 조화롭게 사는 것'이라면
서양은 '자신의 재능을 자유롭게 발현하는 것'으로 보았다.
동양인은 나보다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부분에 더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신에게 투사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 보다는
내가 어떻게 보는가 하는 부분을 더 중시하지요.
그래서 서양 미술의 표현 형식은 대체적으로 미술가가 정복자 혹은
해부학자의 위치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스스로 세계의 중심이 되어 대상을 해부하듯 바라봅니다.
/한국산문
풍경도 정물도 심지어 인물도 미술가의 지배 하에 있습니다.
미술가는 그 모든 사물과 사물의 질서를 자신이 보는대로,
자신의 관점에서 재구성합니다.
관객은 미술가가 제시한 프레임 안에 들어가
철저히 미술가가 보여주는 것만 보게 됩니다.
그런 반면 한국의 미술가는 스스로 세계의 주변으로 물러나
겸손한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복자나 해부학자가 아니라 예찬자 혹은 관조자가 되어 자연과 하나되는
물아일체의 경험을 표현합니다.
자연이나 사물과의 관계에서 다른 모든이의 시선과 경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니 미술가는 자연을 결코 타자화할 수 없습니다.
자연은 모든 것을 이어주는 총체이므로 미술가는 그 관계의 의미를 되돌아보게하는
매개 역할을 하는데 만족합니다.
그래서 여백을 두거나 표현을 가능한 한 함축적으로 해서 관객이 미술가가
제시한 프레임을 넘어 스스로 자연과 마주하도록 유도합니다.
/한국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