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주 시인 ~~~~~~~~~~~~~~~~~~~스포츠 조선에서
그는 자연의 소리를 한데 묶어 '그리움'이라는 오색 천을 짜놓는다.
깊은 계곡수의 투명함을 안고 있는 그의 시어는 생의 근원을 파헤침으로 순일하다.
'나는 본다, 이스트처럼 슬픔이 부푸는
한 그루 미루나무의 둥그런 팽창을
…날아오른다,
날아 오를까
기실 날개란 얼마나 비루한 것인가
저 흙을 움켜쥔 단단한 현세(現世)의 뿌리를
그러니 미루나무의 영혼이여
너무 높이 날지 말거라,
生이 희박하므로'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는 또 어떤 치명적인 덫을 설치해놓았나.
'봉숭아 꽃물이 남아있는 손톱 끝에서
시는 사랑하는 일보다 더 외로운 일이라는데
억새를 흔들고 바람이 지나갑니다.
…일생의 거울 속에서 여자는
그림자로 남아
산국화 피었다는 편지를 씁니다
산국화 피었다는 편지를
지웁니다.'
시인 임태주가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위즈덤하우스)을 펴냈다.
페이스북 친구가 얼마이고, 팬클럽이 어떠네 하는 소개말은 이미 공허하다.
'나의 이 미친 그리움이 당신이 키우는 식물적인 그리움에게로 가서 비가 되고
햇살이 되고 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바람에 나부낄 때, 당신의 쓸쓸함을 어루만지는 우묵한 우정이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맺음말만으로 산문집의 변은 충분하다.
그는 자신을 시인이자 책바치, 명랑주의자, 야살쟁이, 자기애 탐험가, 미남자로 소개한다.
바닷가 우체국에서 그리움을 수학했고, 봄으로부터 연애편지 작법을 사사하고,
가을로부터 우수에 젖은 눈빛을 계승했고,
스무 살 무렵의 실연으로 시를 짓기 시작했고 영혼적 성장을 멈췄다고 했다.
황동규의 기대를 받으며 등단했으나 시집을 아직 한 권도 내지 못했다고 당당하게 밝힌다.
그는 시집을 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몇몇 시인들의 피를 토하는 절창, 뼈로 남은 시를 읽고 절망하여
감상에 찌든 하찮은 나의 연애시를 청춘과 함께 내다버림.
그 후로 오랫동안 염결하여 함부로 나무를 베어내면 안 된다는 결벽으로
시집을 묶을 엄두를 내지 못하였음"(239p)이라고.
그는 그리움의 정체에 대해서는 이렇게 풀었다.
'그리움은 태곳적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본능적이어서, 퇴화하지도 진화하지도 않는다.
다만 몸 안에 살아 있다. 그 몸과 함께 진다.
하지만 나무가 자라고 숲이 들어서고 사람이 길을 내는 이유는
전부 그리움이라는 강에 닿기 위해서다.'
산문집은 '그리움', '남자로 산다는 것', '바람이 분다, 명랑하자',
'책바치는 무엇으로 사는가', '지상 여행자의 우수' 등 모두 5부로 구성돼 있다.
그의 문우이자 시인 류근은 추천사에서
"그의 노래는 내 통속한 귀가 담아내기엔 너무나도 깊고 높고
자유로운 공명에 충만해 있어서
내가 세상에 와서 입은 모든 상처와 미망들을 씻어내는 이적을 베푼다.
나는 그 이적의 신비를 그의 영혼 깊이 흘러가 있는
그리움의 순정한 힘이라고 믿는다"고 썼다.
임태주는 에필로그를 통해 "이 미친 그리움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발광하게 한다.
부디 나의 그리움이 그대에게 닿아 비로소 멈추기를 바란다.
아니, 그대의 그리움을 건드려 역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스포츠 조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