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책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신용복

투립 2015. 12. 10. 00:18

 

 

대부분의 동양화가 산수화인 것은

자연과 전원생활을 상찬함으로써

농촌 사람들의 가난과 고통을  잠시 잊게 하도록하는

진정제 역할을 한 것.

 

너는 아직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같은 가격이면 그 염색료 만큼 천이 나쁜 치마이기 십상이다.

 

10년 전 저는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상추를 솎아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입니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 편지가 길어졌습니다.

이것은 어느 현처가 긴 편지의 말미에 덧붙인  유명한 양해의 일절입니다.

시간이 있었다면 정돈하고 정수할 수 있었다는 뜻.

 

지식은 지식에서 나와 실천으로 돌아가야

참다운 것이라고 믿습니다.

 

흙을 만들어서 그릇을 만드는 경우, 그릇으로서의 쓰임새는

그릇 가운데를 비움으로써 생긴다.

없음으로 쓰임으로 삶는 지혜.

그 여백이 있는 생각,

그 유원한 경지가 부럽습니다.

 

전형적인 인간을 찾는 것은 없는 것을  찾는 것이 됩니다.

사람의 경우 완벽한 악인도 전형적인 선인도 없다.

 

나라는 것은 내가 무엇엔가 억눌려 무척이나 작아졌을 때

일어나는 불티같은 순간의 생각이며 물에 이는 거품 같은 것.

찰나이며 허공인 나를 버림으로써 대신 무한히 큰 나를 얻고

더 큰 고통을 껴안음으로써 작은 아픔을 벗는 것.

 

정향선생의 행초서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글씨가 무르익으면

어린아이의 서투른 글씨로 환동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아무렇게나 쓴 것 같이 서툴고 어수룩하여 처음 대하는 사람을 잠시

당황케 합니다.

멋이나 미에 대한 통념을 시원하게 벗어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대범함이 거기에 있습니다.

 

불안한 처 대신 제게는 태산 같은 어머니가 계신다는 것은

평소에는 잊고 있는 든든함이다,

 

칫솔 한개를 베푸는 마음도 그 속내를 들추어보면 실상 여러가지

동기가 그 안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 대가를 다른 것으로 거두어 들이기 위한 동기가 있는가 하면

비록 물질적 형태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으나

수혜자 측의 호의나 협조를 얻거나

그의 비판이나 저항을 둔화시키거나

극단적인 경우 그의 추종이나 굴종을 확보함으로써

자기의 신장을 도모하는 정략적인 동기도 있으며

또 시혜자는 정신적 우월감을 즐기는 동기도 있다.

도움을 받는 쪽이 감수해야 하는 주체성의 침해와 정신적 저상이

그를 얼마나 병들게 하는가에 대하여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경우.

 

다산 선생의 유배 생활을 부러워하는 것은 갖가지 인간적 고초로 가득찬

18년에 걸친 유형의 세월을 빛나는 창조의 공간으로

삼은 비약이 부러운 것.

 

교도소에 몸의 문신을 한 사람의 경우도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애벌레의 그것과 같다(애벌레가 소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위하여

등허리에 소조를 잡아먹는 맹금류의 안상문을 그려 놓은 것)

벌레들의 지혜가 놀랍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돈이나 권력이 있던지 아니면 주먹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달관.

생각하면 그것은 불행한 사람들의 가난한 그림이다.

 

뽑은 이빨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어느날 운동 시간에

15척 담 밖으로 던졌습니다.

일부분의 출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