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레마르크
무엇보다 가장 흔들리기 쉬운 것, 즉 사랑만을 알뿐
다른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미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사랑을 언제나 순수하게 유지해주고
사랑을 언제까지나 불꽃으로 남아 있게하고....
사람은 팔에 안고 있는 것을 제일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다.
다툰다는 건 사람이 어중간하게 불행할 때나 하는 일이요.
나는 어떤 남자를 아는데 그는 그의 아내가 죽은 순간 부터
장례 때까지 자기의 방에 틀어 박혀 장기의 문제를 풀고 있었오.
사람들은 그를 무정하다고 생각했으나
나는 그가 아내를 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사랑했음을 알고 있오.
그는 그저 달리할 도리라고는 알지 못했던 것이었오.
그 일을 생각지 않으려고 낮이나 밤이나 장기의 문제를 풀었던 것이오.
"언제나 그랬어요."
"언제나요."
그런데 그 때에 저를 원하는, 송두리째 영원히, 단순히,
그리고 아무 망설임 없이 저만을 원하는 누군가가 나타났어요.
저는 소리내어 웃었어요.
저는 그것을 원치 않았어요.
저는 그것을 가지고 장난을 쳤어요.
너무나도 위험이 없고 가볍고 다시 걷어 치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갑자기 그것은 그 이상의 것이 되어 버렸어요.
하지만 전 거기에 속해 있진 않아요.
라비크, 전 당신에게 속해 있어요.
이놈의 단순하고 격렬한 두개의 육체의 잔인한 친화력을 위해
얼마나 많은 말들이 존재하는 것이랴?
우연한 아름다움 그것을 주의해야 한다.
사람은 사랑에 붙잡히는 것이지---우연히 그 이름을 갖고 있는
일개의 인간에게 사로잡히는 것은 아니다.
환상의 불에 현혹당하여서 까지 뉘라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사랑은 값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사랑!
그 이름은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것인가?
살결의 그지없이 부드러운 사랑스러움에서
영혼의 그지없이 아득한 격동에 이르기까지
아주 단순한 가정적 소망에서 죽음의 경련에 이르기까지
실신할 정도의 정욕에서 야곱의 천사와의 싸움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것을 믿지 않았으며 그것이 또 다시 찾아오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여기 그것이 되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경험이 소용되지 않으며
모든 지식이 그것을 한층 더 불타오르게 할 뿐이다.
그런데 감정의 불 위에서 바싹 마른 냉소와
위기의 세월이 쌓아 올려진 나무보다 더 잘 타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것은 내가 아니다". 라비크는 생각했다.
자기를 버린 여자의 집 앞에 앉아
여자의 창문을 바라다 보고 있는 이 지각한 애인은 내가 아니다.
자세히 해부할 수 있으나 그러면서도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는
욕망에 쥐어 흔들리고 있는 이것은 내가 아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똑같은 헛소리를 귀에다 대고 지껄이는
하나의 블론드의 무의미한 존재를
되찾을 수 있다면 뭇세월이라도 내어주려고 하는
여기 이바보는 내가 아니다.
여기 앉아서 질투로 산산조각이 나서 비참하기
이를데 없는 그는 내가 아닌 것이다.
"그대, 조그만 불빛이여......, 그대, 공상이여,
보다 낫고 보다 영리하고 보다 다정하고 보다 성실하고
보다 총명한 수십만의 다른 얼굴들이 존재하는 이 유성에서
나에게 특이한 힘을 지니고 있는 얼굴이여.
그대, 밤에 내 길 위에 던저져 내 생활 속에 들어 온 우연이여.
당신은, 당신은 항상 그렇게 자신만만 했어요.
당신의 우월감이 얄미웠어요.
전 열광적이 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저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당신은 종종 저를 잊었어요.
저는 한 동기에 불과했어요.
그리고 나서 당신은 당신의 은의 도시로 가버리고
저에 대해 거의 잊고 있었어요.
저는 당신의 생활의 변두리에 겨우 서 있었을 뿐이었어요.
갑자기 그럴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그럴 수가 없어졌다.
하룻밤만이라도 하룻밤 만....
한번 더 어깨에 포근히 자는 얼굴을 .....
한번 만 더 자기 옆에 이 숨결을 .......
한번 만 더 굴러 떨어지면서 그 부드러운 환상을......
감미로운 기만을........
가지 말아다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이냐?
그대만이 현실일 뿐이다.
그지 없이 밝은 꿈인 것이다.
부디 한번 만 더 그영혼의 불꽃을...!
대체 나는 누구를 위해 나를 소중히 간수하고 있는 것이냐?
그 무슨 암담한 것을 위해?
그 무슨 어두운 애매한 것을 위해?
설명과 논리를 초월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