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이야기 ~~~~~~~~~~~송혜영
진정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자연으로 돌아가지 말아야 한다.
그냥 그들 끼리 살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할머니에게 계단 하나는 천 길의 단애다.
그리고 운전수에게는 할머니의 한 발자국은 겁의 시간이다.
세상에는 절대 진리와 정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항상 선의 편에 자기가 있고
자신의 믿음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고 부르짖는다.
한 때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이들을 우러렀던 시절도 있었다.
세월에 부대끼면서 인식의 틀도 바뀌었다.
세상에 바람 잘 날 없는 건 바로 자신의 신념에 회의할 줄 모르는
그런 이들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일으키는 거센 바람 속에 목이 떨어지는 건 항상 여린 꽃잎이었다.
내게 한 번 밖에 허락되지 않을 지도 모르는 인간으로서의 생,
그렇게 순식간에 한 가지 패만 쓰고
크고 난폭한 기쁨 뒤에 반드시 따라 올 허망한 슬픔을 감당하고 싶지도 않다.
(허망한 슬픔을 감당하는 것도 내 몫이다)
상상 속에서 아무리 많은 여자와 난잡한 사랑을 해도 속을
들키지 않으면 성자는 영원한 성자로 추앙 받을 수 있다.
얇은 피부 한 겹, 수시로 열리는 입이 그 많은 부도덕하고 비 정상적인
상상을 틀어막고 있는 걸 보면 그 경이로운 성능에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으로 한정짓지 않으니 집착의 고통도 없고,
결말이 뻔한 통속에 빠질 위험도 없고,
내 쪽에서 끝내지 않는 한 사랑의 유연성에 가슴을 칠 일도 없는
혼자만의 불순한 관계가 바람직하다.
끌리는 대상과 접속해 뜻대로 마음을 주고 아니다 싶으면
깨끗하게 보내면 된다.
사모와 경배의 염을 간작한 대상을 환멸로 떠나보내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아쉬운 일이 아니다.
피고 지는 게 꽃의 속성이니
매화 지고 나면 철쭉꽃 보면 되는 것이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비가 뚝 그쳤다.
마치 욕정을 참지 못한 하늘과 땅이 기어이 한바탕 요란한
정사를 치르고 시치미를 뚝 떼는 것 같다.
겉으로 금줄을 넘지 않았다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도 범죄적 욕망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다는 게
'정숙'의 실체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지구를 깨버릴 정도로 매력적인 대상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세상사는 의외성이 있다는 게 문제다.저 구름에 비들었으랴 싶은데
소나기 쏟아진다지 않는가?
미처 우산도 마련하지 못한 채 쏟아지는 비에 속수무책 젖게 될지 누가 알랴?
점점 인생의 변수를 상정해볼 수 없는 입장이지만
패덕과 타락의 쾌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는 일.
하늘이 혹 늦게라도 그런 재앙같은 호의를 베풀면......
소나기 지나간 맑은 하늘을 올려본다.
매사에 흔들림 없이 마음이 항상 평화롭겠지.
출렁임도 휘둘림도 기대, 불안, 안달도 내려놓은
저 고요와 은유로 채워진 속이 지금 몹시 탐이 난다.
그때, 처음으로 남자에게 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滿員을 이용해 일부러 밀착해오던 징그러운 물체가 아닌 건강한 몸의 느낌,
슬프고 고독한 영혼과 상반된 강철 같은 육체.
각각 세월과 함께 자신에게 유리하게 윤색된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