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거미~~~~~~~~~``김수영(1921~68)

투립 2016. 4. 10. 13:31



거미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 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 버렸다.

     /김수영 


설움은 삶의 근원에 있는 비애를 감지할 때 생겨난다.

그것은 고통의 정서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동반한다.


그 안에 유토피아 욕망이 있고 유한자로서의

인간에 대한 통찰이 있다.

김수영 시인은 그것과 너무 자주 입 맞추었기 때문에

"몸이 까맣게 타 버렸다"고 고백한다.

바라는 것이 있었으나 그는 그것을 구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 으스러진 설움이

그의 시를 키웠다.

생계의 반대편에서 그는 구할 것을 구한 것이다.

/오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