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 여름의 끝/ 이성복

투립 2016. 8. 21. 13:37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날의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덥을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