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전율!
치명적 사랑/ 문정희/중앙일보
투립
2016. 11. 21. 13:37
치명적 사랑을 하지 못한 열등감

나의 펜은 피다’라는 처절한 느낌의 문장이 인쇄돼 있다.
시인 문정희(69)씨의 새 산문집 『치명적 사랑을 하지 못한 열등감』(문예중앙) 얘기다.
이렇게 ‘센’ 구절들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는 국내 문인은 많지 않다.
이는 문씨가 그만큼 거침 없이 살아왔다는 얘기다.
1969년에 등단, 50년 가까이 시를 써온 문씨는 어떻게 여전히 뜨거운 것일까.
- 산문집 뒷표지 문장 ‘나의 펜은…’도 그런 맥락인가(※‘펜은 페니스’는 문학에서의 남성 우월주의를 뜻한다).
- 응답 :“여성들에게는 피는 무기다. 한 달에 한 번씩 피를 보며 아이·생명을 만든다.
- 피를 자주 보기 때문에 여성들이 질기고 강인하다는 얘기도 있다.
- 그런 점에서 여성은 예술가적인 원형질을 갖췄다. 시인으로서 여자로 태어난 건 축복이다.”
- 질의 :산문집 제목도 강렬한데.
- 응답 :“마음껏 자유롭게 살겠다, 편견 없이 내 길을 가겠다, 그런 얘기를 주로 담았다.”
산문집 제목의 ‘치명적 사랑’은 이성간의 사랑만을 뜻하지 않는다.
평소 흠모해온 시인 김지하를 사례로 들어 문학사와 생애사, 작품과 정치적 언행이 일치하는,
개인의 예술 차원을 뛰어넘어 대의를 위해 자신 전체를 온전히 불태우는 삶을 살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문장이다.
그러니까 산문집은 사적인 내면 고백이 아니라 프리다 칼로, 마르케스 등
문씨가 사랑하는 예술가들에 대한 애정 고백, 그들이 남긴 흔적과 마주친 과정,
그 속에서 싹튼 예술혼 등을 촘촘하게 기록한 책이다.
- 질의 :주로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강렬한 작품들을 써왔는데.
- 응답 :“사람들이 나를 늘 페미니즘 문학 안에 가두려고 하는데 음모다.”
- 질의 :요즘 최순실 사태는 어떻게 보나.
- 응답 :“구시대의 유산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 언어에는 과거의 시간과 역사가 겹쳐지기 마련이다.
- 지도자라는 사람이 구사하는 언어 용량이라는 게 너무 한정돼 있고 황당하고 유치할 정도다.
- 그건 그 사람의 사유, 사고 역량이 그렇다는 뜻이다.
- 그런 개인의 문제이지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질의 :그 와중에 문단도 성추문으로 시끄럽다.
- 응답 :“과거와 달리 여성들은 성추행을 고발하는 시대가 됐는데 남자들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자칫하면 남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성추행은 범죄라는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일탈과 광기에 관대한 문학의 특성을 들어
어물쩡 넘어갈 일이 아니다.
작가가 되겠다면서 누군가에게 배워서 글 쓰겠다는 것도 나는 아니라고 본다.
글은 혼자서 쓰는 거다. 어디 정해진 시 작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가슴이 아프다.”
[출처: 중앙일보] “마음껏, 편견 없이 내 길 가는 얘기 담았다”/신준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