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점~~~~~~~~~~~~~~~~~~~~~~~~~~~~김선우

투립 2013. 11. 28. 14:20

 

나는 지금 애인의 왼쪽 엉덩이에 나 있는

푸른 점 하나를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오래 전 내가 당신이었을 때

이 푸른 반점은  내 왼쪽 가슴 밑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구 과학 시간 칠판에 점 하나 쾅, 찍은 선생님이

이것이 우리 은하계다! 하시던 날

솟증이 솟아, 종일토록 꽃밭을 헤매던 기억이 납니다.

한 세계 품고 이곳 까지 건너온 고단한 당신,

당신의 푸른 점 속에 내가 걸어들어갑니다.

푸른 점 속에 까마득한 시간을 날아

다시 하나의 푸른 별을 찾아 낸

내 심장이 만년설 위에 얹힙니다.

들어오세요. 당신.

광대하고도 겨자씨 같은

당신이 내 속으로 들어올 때 나, 시시로 사나워 지는 것은

불 붙은 뼈가 물소리를 내며

자꾸만 몸 밖으로 흘러나오려하는 것은

푸른 별 깍아지른 벼랑 끝에서

당신과 내가 풀씨 하나로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