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재능과 열정을 타고난 헷세는 동시에
그만큼 광적인 예민함과 역마살을 지녔다.
결혼 직후 그는 홀로 여행을 지녔다.
세 아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먼나리로 향했다.
그는 아내 마리아와 아이들의 안부에 관심이 없었다.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 일은 온전히 마리아의 몫이었다.
집에 있을 때 그는 가족들 곁에 있는 것을 못 견뎌 했다
집에서는 늘 병약하고 우울했다.
남편의 변덕과 화증에도 마리아는 남편의 비위를 맞추려 애썻다.
작가로서 이름을 알릴수록, 남편은 가정에서 멀어졌다.
마리아는 우울증과 신경쇠약증을 앓았다.
결국 두 사람은 1923년에 이혼했다.
남편은 마리아가 아이들을 못 키우게 했고 아이들을
친구 집과 기숙학교로 보냈다.
남편은 이혼의 이유를 마리아의 정신병 탓으로 돌렸다.
남편은 이혼 몇 개월 뒤 스무살 연하와 결혼했다.
사회 질서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에 깔려 신음하는 천재 소년 한스 기벤라트(수레바퀴 아래서)
깨닳음을 찾아 끝없이 방황하고 고뇌하는 싯다르타(싯다르타)
압락시스를 향해 알을 깨고 날아오른 청년 에밀 싱클레어(데미안)
우리가 알고 있는 헤세는 깨달음을 추구한 현자,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자전적 소설을 즐겨 쓴 만큼 헤세가 그린 삶의 궤적은 대중둘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은 거의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책은 헤세에게 영감을 안겨준 그의 '뮤즈'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 지 담았다.
사진 작가였던 마리아 베르누이, 성악가였던 루드벵거, 그리스 미술 사학자 니논 돌빈,
헷세 뒤에는 그의 자유로운 영혼울 지켜 주기 위해 희생한 세 여인이 있었다.
헷세는 '결혼 비관론자'였지만 세번 결혼했고 두 번 이혼했다.
저자는 "헤세의 결혼 생활은 그에게는 아름다웠을지 모르나 여인들에게는
삶 자체를 난폭하게 휩쓸고 지나가는 재난과 같았다"고 묘사했다.
책을 읽다보면 창작의 고통과 허무한 일상 속에서 방황하는 헤세가 안쓰럽지만,
동시에 가정을 내팽개친 그의 무책임에 때론 화가 치민다.
대문호 헤세의 지극히 인간적인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헤르만 헤세의 사랑(베르벨 레츠 지음) 중앙일보 책 소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