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투립 2016. 10. 2. 22:09


              죄수의 이빨


지난번에는 물론 많이 흔들리는 이빨이기도 했지만,

치과에 가지 않고 실로 묶어서 내 손으로 뽑았습니다.

뽑은 이빨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어느날 운동시간에 15척 담 밖으로 던졌습니다.

일부분의 출소입니다. 어릴 때의 젖니처럼 지붕에 던져서 새가 물고 날아갔다던 이야기보다는 못하지만

시원하기가 포르말린 병에 넣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비단 이빨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이 곧 우리들의 심신의 일부분을

여기, 저기, 이사람, 저 사람에게 나누어 묻는 과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무심한 한마디 말에서부터 피땀 어린 인생의 한 토막에 이르기까지 혹은

친구들의 마음 속에, 혹은 한 뙈기의 전답(田畓) 속에,

혹은 타락한 도시의 골목에 ,혹은 역사의 너른 광장에.....,

저마다 묻으며 살아가는 것이라 느껴집니다.

 

돌이켜 보면 나의 경우는 나의 많은 부분을 교도소에 묻은 셈이 됩니다.

이것은 흡사 치과의 포르말린 병 속에 이빨을 담은 것처럼 답답한 것이기도 합니다.

교도소가 닫힌 공간이라면, 그래서 포르말린 병처럼 멎은 공간이라면

그러한 느낌도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묻는다는 것이 파종(播種)임을 확신히 못하고, 나눈다는 것이 팽창임을 깨닫지 못하는,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나의 소시민적 잔재가 치통보다 더 통렬한 아픔이 되어 나를 찌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