謫所
나, 歲寒圖 속으로 들어갔지 뭡니까?
들어가서는 하늘 한 복판에다
손 휘이휘이 저어
거기 점 찍혀있는
갈필의 기러기들 날게하고
그리고는 그리고는
눈 와서 지붕 더 낮아진
저 먹같은 집 바라보다가 바라보다가
아, 그만 품에 품고 간 청주 한 병을
내가 다 마셔버렸지 뭡니까?
빈 술병은 바람부는 한 귀퉁이에
똑바로 세워놓고
그러고는 그러고는 소나무 네 그루에
각각 추운 절을 하고는
도로 나왔습니다만
이거야 참 또 결례했습니다.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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