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자화상~~~~~~``서정주

투립 2015. 12. 13. 22:51

 

 

애비는 종이었다(역마살의 종)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억매임)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역마)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세상이 낯설어서 부끄럽다)

어떤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던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별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냔  헐떡거리며나는 왔다.(암캐를 찾을 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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