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피가 차거워지기 시작하여 이제 겨우 그 바닷를 건너기에
적당할 만큼의 여력 밖에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이곳의 모래는 부드럽고 따뜻하였던 것인 지도 모른다.
항상 모든 것이 그의 손 안에서 바싹 부서지는 경험이
습관이 될 만큼 겪는 터이면서도
늘 이 꼴 이었고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속에는 그 무엇인가 포기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희망이라는 모든 낚시밥을 끊임없이 무는 것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새들이 이 모래언덕 위로
숨을 거두려고 찾아오는 것을 보았는지, 그 중 한마리를 ,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마리를 구하고 보호하고
여기 세상 끝에서 자기 혼자 가진다는 생각,
뜀박질의 그 마지막에 와서
이렇게 하여 인생을 성공 시킨다는 것은
아니러닉한 그의 웃음과 환멸에 찬 그의 표정이 아직도 감추려고 애쓰는
그 모든 순진함을 단숨에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정복한 일이 없는 유일한 유혹,
즉 희망의 유혹이었다.
그는 자신의 내부에 그토록 기막히게 버티고 있는
고집에 질린 채 머리를 으쓱했다.
여자는 다시는 그를 떠나지 않으려고 했다.
여자는 여기 이바라크에 세상의 끝,
사람들이 거의 찾아오지도 않는 카페에 남아있고 싶어했다.
그녀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너무도 다급했고,
그의 두 눈속에는 너무나도 엄청난 애원이 ,
그의 어깨를 껴안고 있는 두 손에는 너무나도 강렬한 약속이 담겨 있었으므로
그는 갑자기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에 와서
그의 인생이 성공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여자를 가슴에 꼭 껴안은 채 이따금씩 그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아 쳐들었다.
그러는 동안 수십년의 고독이 문득 되돌아와서
그의 두 어깨를 짓눌렀고
아홉번째 파도가 그를 뒤짚어엎어서는
여자와 함께 난바다로 휘몰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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