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버지들은 아들을 죽이고 싶은 소망을 가슴 속에 비밀스럽게
품고 있지 않았던가?
공기가 무거워지고 축축해지더니 마침내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의 과거에 대해 비난할 수 있겠는가?
잠든 소라야 곁에 누워 있으면 바람결에 미닫이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와 마당에서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때면 소라야의 자궁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 공허함은 살아 숨쉬는 생물 같았다.
그 공허함이 우리의 결혼 생활 속으로
우리가 나누는 사랑 속으로 스며들어왔다.
그리고 밤늦게 어두운 방에서 공허함이 소라야에게서 떠올라
우리 사이에 자리잡고 잠을 자는 것 같았다.
마치 갓 태어난 아이처럼....
우리는 아직도 멋진 사랑을 나누고 때로는 그 이상이기도 하지만
어떤 날에는 사앙을 끝내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방금 나눈 사랑의 무익함에 대해 적어도 잠시라도
자유롭게 벗어나 잊어버릴 수 있어서 오히려 안도했다.
아무말도 없었지만 소라야도 역시 같은 기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밤이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침대 끝으로 굴러가서
구세주가 나타나 우리를 멀리 데려가 주길 바랬다.
소라야의 구세주는 잠이었다.
나는 항상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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