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책

화두~~~~최인훈

투립 2015. 12. 6. 23:47

 

 

우리 시대 대표적 지성이자 전후 최대의 작가.

최인훈만이 해낼 수 있는 지적 도전의 결실이다.

비참했던 삶의 세목들을 집요한 기억의 반추 속에서

아름답게 연마한다.

그것은 마치 모난 돌을 품어 아름다운 진주로 만들어내는

진주조개의 집념과 같다.

작가의 깊은 문학적 아목은 우리 시대가 간과하고 있는  문화들을

찾아내어 제몫의 긍지를 갖게 하고 작가의 높은 지성은

시대적 경험에 세계사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가 하면 작가의 깊은 인간 이해와 성숙한 삶의 태도는

사소한 이야기에도  절제된 정서적 격조를 주어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 되게 한다.

                       /이남호 문학평론가

 

식민체제의 현지인 담당자들이  적이 물러 간 자리에 턱턱

앉아 있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15년이 지나도록 연락하지 못한 친구에 대한 명상

일삼아 찾아 나사지 않는 마음 속에는 희미한 망설임이 없는 건

아니다. 즐거우면서도 무엇인지 허망한 동창회 참석 때마다의

뒤 끝과 매우 닮은 그런 심정인가 보다.

다시 열어 보기가 두려움이 없지 않은 때문인가 보았다.

다시 열어 보기가 두려운 옛날의 보물상자

분명 나이 어린 시절의 그 휘황한 보물들이 행여 뚜껑을 여는 순간

연기처럼 날아가 버릴세라 필경 그런 두려움이 없지 않은

때문인 듯 싶다.

 

독일은 전범 민족이었기 때문에 분단됐다.

적어도 유럽 사회에 의해 평화 파괴자로 행동한 책임이 물어진 상태다.

 

전 세계 문명국가가 모두 식민지 소유지일 때 오직 한 국가만이

공공연히 그러한 지구 사회의 질서가 인류의 정상적인 질서일 수 없고

자신들은 그 질서를 해체하기 위해서만 존재하고 그에 도움이 된다면

어려운 국내 사정에도 불구하고 돈이든 힘이든 도움이 되겠다고 할 때

노예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인다고 상상하는 것이 정당한 추리일까?

식민지 조선의 저항자들은 소련을 그런 문맥에서 이해했다.

 

'해방정부'에서 한 인물은 말한다.

현영! 내 솔직한 표현이요.

적색 데모란 우리가 얼마나 몽매 간에 그리던 환상이리까?

그걸 현실로 볼 때 나는 이성을 잃고 광분했던 거요.

노예들의 환상은  더욱 치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본군에 의해 식민지 상태가 되고 조국의 북쪽에 그 환상의

나라를 본 뜬 체제가 형성되자 그들의 부끄러운 처신을 또다시

되풀이 해서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체제를 찾아 갔었다.

 

식민지 조선에서 나라 안에서 저항한 사람들은  죽거나 침묵 당하거나

굴복하였다. 그런 사정을 예측한 많은 사람들이 싸움의 자리를

나라 밖으로 옮겼다.

 

미국에서 '자본론 제 1권'을 영역으로 읽었을 때 나는 이중 삼중으로

충격을 받았다.

첫째로 그 나이에 비로소 그 책을 읽게 되었다는 지각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미국에서는 이렇게 아무데서나 읽는 책을

이곳에 와서야 그것도 우연히 읽게 된다는 내가 살아온 나라의 역사의

초라함이었다.

마지막으로 비록 내가 능숙하다고는 할 수 없는 언어에 의한, 그것도

번역일 망정 그 책이 전해오는 내용의 심오함이다.

 

신문사 중앙도서실의 책을 가지고 마르크시즘의 밀림 속을 헤매면서

처음 지적 절망을 느꼈다. 참으로 그것은 밀림이었다.

 

그럴듯한 오솔길을 발견했다 싶어 걸어가면 어느새 그야말로 일찍이

다져진 밀림 속의 광장에 이르는가 싶으면 지금 자기가 가진 연장과

차림을 가지고는 타고 내리기가 어림없는  낭떠러지가 나서는 것이다.

 

전 세계 약소 민족의 해방자이며 영원한 벗들도 이 밀림의 어디에선가

길을 잘못 든 것이 틀림없었다.

 

자본론이란 명분만 있었을 뿐 그에 걸맞은 현실은 비슷한 것도

지구의 어떤 부분에도 없었다.

 

'역사를 바로 아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역사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 버릇이다'라는 폭언이 머리 속을 잡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큰 길 건너가 붉은 광장이 있고 광장 옆에 크레물린궁이 바로 눈 앞에

보인다. 아아 이래도 되는건가?

 

그 시인의 유품으로 가득한 방에 언젠가 가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한 꿈이 이루어지고 보면 그것이 지금이라는 것이겠지?

그렇다. 얼마나 행복한 여행인가?

그러나 처음 발을 디디는 고장인데도 이렇게 가는 곳마다 정신의

추억으로 가득한 여행, 배신과 죽음의 이야기 조차 감미로운

이,정신의 곡절...../푸시킨 박물관에서

 

여전히 자작나무 숲이다.

러시아의 밤이여, 네 한 가운데를 달리는 여객 열차에서 한 몽고계

아시아인이 왜 이렇게 너를 내다봐야 하는지?

 

구 소련 러시아의 유명한 백화점 : 굼 백화점, 마드로쉬카인형.

 

기차가 지나가고 차가 움직인다.

그리운 누군가를 남겨 놓고 차가 떠나는 느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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