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책

배덕자~~~~~~~~앙드레지드

투립 2015. 12. 15. 20:09

 

몇 몇 친구들을 좋아했는데 오히려 친구들 자체 보다는

우정을 사랑한 것이었다.

 

그럼 인간으로써의 나는 나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간신히 태어나는 중이었고 어떤 인간으로 태어나는 지도

아직은 모르고 있었다.

할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죽음의 날개가 스쳐간 자에게는

전에 중요해 보이던 것도 이미 중요하지가 않다.

중요해 보이지 않던 아니면 존재하고 있는 줄 조차 몰랐던

딴 것들이 중요해지기도 한다. 

 

교육이 거죽칠을 한 배워서 된 제2의 존재를 멸시했다.

또 나는 자신을

빨랑쁘쎄스트(쓰인 글자를 지우고 위에 다시 글을 적은 양피지)에

비겨보는 것이었다.

나는 같은 종이에서 나증에 쓰여진 기록 밑에 그보다 한없이 귀중한

썩 오래 된 원문을 발견한 학자의 기쁨을 맛보았다.

이 숨겨진 원문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을 읽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나중에 쓰여진 글을 지워버려야 되지않는가?

 

이렇듯 가장 큰 사랑이 지껄여지는데는 단 하룻밤으로 충분하며

이렇듯 나의 기억은

그 밤만을 불러 일으키기에 악착 같다.

우리의 혼이 하나로 녹아든 것은 한순간의 웃음 속에서 였다.

 

나는 가만이 일어나 마리슬리느  위에 몸을 굽혔다.

그녀는 자고 있었다.

그녀는 모두를 나에게 기대하고 있는데

나는 온종일 그녀를 버려두다니.....

아! 가엾은 가엾은 마리슬리느!

나는 눈에 눈물이 가득찼다,그리고 사랑과 연민의 정에 온통 사로잡혀

그녀의 감겨진 두 눈 사이에 살며시 가장 다정하고 가장 애정에 찬

경건한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다정스레 내 어깨에 기댄다

하루 해가 우리 속에 녹아드는 것을 느끼면서.....

가장 가벼운 마음의 움직임 까지도 그녀의 이마 위에서 읽을 수 있었다.

자기 속에서 하나의 새 생명이 꿈뜰거리는 것에 대해

그녀는 야릇하게도 귀를 귀울이고 있었다.

아무리 깁숙이 들여다 보아도 사랑 밖에는 보이는 것이 없는

그러한 깊고 맑은 물 속을 들여다 보듯

나는 그녀 위에 몸을 굽혔다.

아! 이것 또한 행복이라면 마주잡은 두 손안에 달아나는 열을

붙들어 두려고 헛되이 바라듯이

나도 당장 그것을 붙들어 두고자 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이미 행복 곁에서 행복과는 다른 그 무엇을 느끼고 있었고

그것은 곧잘 내 사랑을 물들이기는 했으나

가을이 그러하듯 물들이는 것이었다.

 

딴 사람들은 나의 방법을 비난했다.

그리고 나를 칭찬한 자들은 나를 가장 덜 이해한 자들 이었다. 

 

"담배는 피우겠지?"

"그것도 마찬가지야,

이것은 비 개성적인 소극적인 도취이며 너무 손쉬운 정복이지.

도취 속에서 나는 생명의 감소가 아니라 증대를 찾는 걸세.

 

그녀의 병세에 나는 불안해지고 말았다.

아! 우리의 행복은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희망 위에 놓여져 있었던가?

더구나 얼마나 위태위태한 미래라는 희망 위에........

 

"나도 내 행복에 내 키에 맞춰 마른거야"라고 나는 외쳤다.

"헌데 나는 자랐거든,

지금은 내 행복이 몸에 조인단 말이야.

때로는 목이 조일 지경일세"

 

사람들은 소유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소유 당하고 있는거야.

 

아쉬움, 가책,뉘우침, 이는 등 뒤에서 본 지난 날의 기쁨이지.

온갖 기쁨이란 이내 썪어버리는 사막의 만나와도 같은 걸세.

 

얼마나 숫한 밤을  내 심장이 그녀의 심장과 같이 멎었다간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며 사랑의 힘으로 내 생명을 그녀의 생명 속에

조금이라도 쏟아 넣기를 바라면서......

 

마라슬리느가 나를 위해 내게 보여 준 행복은

피로를 느끼지 않는 자의 휴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사치에 대해 혐오와 흥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정직한 인간들이 나는 질색이거든.

죄도 없고 역사도 문학도 예술도 없는

이건 가시도 꽃도 없는 튼튼한 한 그루의 나무야.

이 정직한 나무가 나를 따분하게 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어.

 

인간의 마음 속에는 얼마나 숱한 상반된 정열과 사상이

동거할 수 있는 것인가?

 

아무리 그녀가 선잠을 자도 나는 그녀보다 더 선잠을 잘 수 있도록

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