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 신경림(1936~ )
- 신경림(1936~ )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DA 300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삶이 일정 정도 눈물이라는 것에 공감할 때, 수직적 위계가 사라지고 수평적 코뮌(commune)이 만들어진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갈대들도 속으로 울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슬픔의 연대(連帶)가 생긴다.
갈대들이 늘 모여, 함께 사는 이유다. 약한 것들이 함께 모여 서걱거릴 때, 슬픔은 사랑으로 진화한다.
너도 울고 있구나. 나도 울고 있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갈대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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